[앵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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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풍향계] "책임 회피" "정치 선동"…빛바랜 추모 정국

2022-11-06 0

[여의도풍향계] "책임 회피" "정치 선동"…빛바랜 추모 정국

[앵커]

전 국민을 충격과 슬픔에 빠뜨린 이태원 참사에 대한 애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정치권은 사태 수습에 한목소리를 냈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정부 책임론과 진상규명 방식을 고리로 또다시 갈등을 노출하고 있습니다.

국가와 정치, 그리고 어른의 역할을 곱씹어 보게 되는데요.

이번 주 여의도 풍향계에서 최지숙 기자가 들여다봤습니다.

[기자]

축제가 악몽으로 변했던 이태원 참사 이후 일주일.

주인을 찾지 못한 옷가지와 신발들처럼, 대한민국의 시간도 그날 밤에 멈춰 있습니다.

검찰 수사를 도화선으로 극한의 대립을 향해 가던 정치권 역시, 못다 핀 청춘 앞에 고개를 숙였습니다.

여야는 참사 직후, 정쟁을 중단하고 사태 수습에 초당적으로 협력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정부·여당의 한 책임자로서 뭐라고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사고 수습과 사상자 대책 마련에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

"민주당은 다른 어떤 것을 제쳐두고 정부의 사고 수습과 치유를 위한 노력에 초당적으로 적극 협력하겠습니다."

그렇게 숙연한 추모의 시간이 이어지는 듯했지만, 약속은 오래 가지 않았습니다.

불씨가 된 것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브리핑 발언.

"경찰과 소방 인력을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될 수 있었던 문제는 아니었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고요…"

막을 수 없는 참사였다는 취지로 읽히는 이 장관의 발언을 놓고 '책임 회피'라는 지적이 일었고,

이 장관은 국회에 출석해 공식적인 대국민 사과에 나섰습니다.

"소중한 가족을 잃은 유가족과 슬픔에 빠진 국민의 마음을 미처 세심하게 살피지 못했습니다. 다시 한 번 깊은 유감의 말씀을 드립니다."

하지만 '112 신고 녹취록' 공개를 기점으로 여론이 악화하면서, 정부 책임론이 고개를 들었습니다.

국민의힘은 재차 '선 수습' 원칙을 강조했지만

"책임자 문책은 사고 원인을 정확하게 규명하고 거기에 근거해 진행돼야 합니다. 정부의 사태 수습을 지켜봐주시기를…"

더불어민주당은 윤희근 경찰청장과 이상민 행안부 장관 경질론에 불을 지폈습니다.

"국무총리를 비롯한 정부 당국의 무능한 조치와 책임 회피성 거짓말은 반드시 응당한 책임을 져야 할 것입니다."

전선은 한덕수 총리로까지 번졌습니다.

"이렇게 잘 안 들리는 것에 책임져야 할 사람의 첫 번째와 마지막 책임은 뭔가요?"

한 총리가 외신 기자회견에서 건넨 농담조 발언에 더불어민주당은 곧바로 날 선 비판을 제기했습니다.

"경악할 만한 장면을 봤습니다. 사태 수습에 총력을 다 해야 할 총리께서 외신 기자간담회에서 농담을 했습니다. 농담할 자리입니까."

여기에 '참사'가 아닌 '사고'라는 표현과 글씨 없는 검은 리본 패용 등 정부 조치를 놓고도 논란이 일었습니다.

정부 기조에 맞춰 메시지를 자제하던 국민의힘도 쏟아지는 공세에, 결국 민주당을 비판하며 맞불을 놓은 상황입니다.

야당이 국정조사 카드를 꺼내들며, 또다시 대립은 정점으로 치닫는 모양새입니다.

예산 정국이 본격화했지만 국정감사에 이어 예산안 심사도 벌써부터 삐걱거리고 있습니다.

각 상임위원회마다 내년도 예산안 심사에 돌입해야 하지만 일부 상임위에선 이에 앞서, 이번 참사에 대한 현안 질의가 쟁점이 되고 있습니다.

지난 2일 법제사법위원회는 참사 관련 현안 질의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파행을 재연했습니다.

예산안 보고를 위해 참석했던 한동훈 법무부 장관 등은 다시 짐을 챙겨 돌아갔고, 이후 여야의 네탓 공방만 되풀이됐습니다.

"초당적 협력이 국민의 질문을 가로막는 것이 돼선 안 됩니다. 정부의 대비와 대응은 무책임과 무능력이었음이…"

"국민의 고귀한 생명이 안타깝게 희생된 상황 속에 이를 정쟁으로 삼으려는 더불어민주당이 대단히 안타깝습니다."

운영위원회와 행정안전위원회에서도 정부 책임을 따져 묻는 야당과 국정조사에 선을 그은 여당 간의 격돌이 예고된 상태입니다.

슬픔을 있는 그대로 슬퍼할 시간도 없이, 정치권의 시계는 빠르게 갈등과 대립의 장으로 복귀하고 있습니다.

누군가는 책임을 전가하고, 누군가는 정쟁에 골몰하는 사이, 살아남은 사람들 그리고 일반 시민들이 '그들'을 대신해 미안함과 죄책감을 전하고 있습니다.

간절한 기도에도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지만 '책임지는 어른'이 있다면, 최소한 같은 비극은 막을 수 있지 않을지, 되짚어 볼 일입니다.

지금까지 여의도 풍향계였습니다.

#이태원_참사 #국민의힘 #더불어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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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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